심여화랑 이야기 – 주웨이 전

아시아가 새롭게 부각되는 시절입니다.

그중 많은 중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들을 받쳐 주는 단단한 지지대는 중국이라는 만만찮은 국가 브랜드입니다.

서세동점의 시대는 저물어 간다고 할 만큼 동양권의 파워가 강해지면서

중국은 큰 힘을 보여주고, 그 힘만큼 그쪽 작가들은 떠오르고 있습니다.

장샤오강이나 팡리쥔,유에민준, 쩡판지등의 이름이 낯설지 않지요?

국제적으로 일찌감치부터 큰 별 대접을 받고 있는 작가군입니다.

무슨 중국 그림값이 이렇게 비싸냐고들 하시지요.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들 하는 우리의 머리 속에는 , 얼마 전 가서 느꼈던 넉넉치 않던 그들이 있습니다 .

중국 갈 때마다 무럭무럭 자라는 게 보이더니,

언젠가부턴 우리 키를 훌쩍 넘어 이젠 눈으론 가늠이 안되는 거인이 되었버렸습니다.

땅꼬마 같을 때가 아득한 옛일입니다.

그러니 그 힘에 걸맞게 스타 작가들이 생기고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지요.

세상의 힘을 그림값으로 저울질해보면, 동서의 무게는 아직도 큰 불균형 상태입니다,

근대이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소평가 되어왔던 동양 문화의 모습일수도 있습니다.

그림을 문화의 한 류로서 대접하기로는 동양권이 서양보다 앞설 수 있겠으나

그림 자체를 환금 가치를 지닌 재화로서 대접을 한다. 그 시간이 동양권에서 얼마나 되었을까요?

일찌감치부터 가격을 매기고 모아,사고 파는 재화로 여긴 서양에 비해

동양권은 가치가 가격은 연결되지 못한 채 거친 역사의 파도 위에서 근대를 보냈습니다.

그림의 가격은 시대에 따른 가치의 반영입니다.

그걸 그만큼의 가치로 따져 주는 사람들-컬랙터들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 가치 산정은 그 그림을 사는 나라의 경제력이 크게 반영됩니다

350억이라는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 역시 그 가치로 여기고 사는 미국이라는 든든한 나라와 문화에 대한 가중치가 높은 컬랙터들이 있으니 가능합니다.

우린 그들 가치를 따라 샀을 따름입니다

명품으로 자리잡으면 모양보다는 이름이 구매력을 낳는 모양입니다.

그리하여 그 잘 모르겠는 그 그림이 어이하여 그런 가격이냐시면

“이 시대를 끌고 가는 미술계 명품 가치입니다.”하지요

현재 동서양의 명품 그림 가치의 불균형이라 함은 서양 한 작품 대 동양 명품 한 컨테이너 격입니다.

그래서 좀 높이 올라가 멀리 본다면,짧은 시간 내 많이 오른 동양권의 그림이 꼭 거품이겠느냐는 거죠.

중국 그림이 좋아 중국 작가부터 찾아다니며 화랑을 시작한지가 스무 해 남짓입니다.

날이 갈수록 급격히 변하는 중국, 또한 그들의 미술계 놀라운 변화는 두 발로 쫓아다니기가 아주 숨가쁘지요.

벅찬 숨을 가다듬고 찬찬히 되집어 보았습니다.

당대화가로 불리는 현대화의 선두주자들 말고 , 그동안의 관심으로 꼽을 만한 괜찮은 작가가 누구 없나?

그러면서 자연스레 한 작가를 떠올렸습니다.

중국 인물들을 전통 수묵화로 탄탄하게 올려 그리는 작가.주웨이(Zhu Wei周偉)입니다..

그 바탕에는 중국화의 묵직한 대가들의 기운이 서려 있습니다.

한 번 칠하고 다시 칠하고 구김도 넣고 시간을 두고 몇 번이고 올려 그려 완성도를 높여 가는 만만디의 화법을 가진 작가지요.

결코 서두는 법이란 없습니다.

색감의 묘한 깊이와 남에게 없는 느낌은 그렇게 그려 올린 시간에 비례합니다.

천년 선배들을 단순히 따라 그리는 것만으로는 나올 수 없는, 자기 세계가 분명한-당당하고 믿음직한 후배의 저력입니다.

중국 전통화의 단단한 바탕을 가지고 현대적으로 무게있게 해석한 작가.

1990년대부터 적잖은 외국 애호가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은-세계 20여개 박물관이 작품 소장을 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싱가포르의 리츠칼튼호텔에 기분 좋게 들리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문 앞에서 반겨 주는 주웨이의 조각 작품 덕입니다.

china china 라는 타이틀의, 인민복 입은 남자 한쌍입니다.

몇 년을 두고 참 좋은 작가다 눈도장을 찍고 냄새만 맡다가, 드디어 북경의 작업실로 찾아갔습니다.

그의 작품 앞에 서면 조각이든 그림이든 중국의 오랜 문화의 향기를 맡게 됩니다.

어느 장소가 떠오르기도 하고 어느 시대가 그려지기도 하며, 시간의 언덕을 많이 넘은 중국 대가들의 맛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공이 단단한 그림을 보리라 기대하고 찾아간 작업실.

그의 깨끗하고 모던한 북경의 작업실에는 심심하달만큼 몇 개의 조각과 판화만 붙어 있었습니다.

그림을 찾던 제 눈에 반갑게도 전자건의 유춘도가 붙어 있는 벽이 눈에 띄었습니다.

봄나들이 그림…遊春圖, 제목만으로도 이미 마음이 열리지요.

이건 전자건의 유춘도임에 틀림없다는 인증을, 대문짝 만하게 곁들인 송 휘종의 글씨가 도드라진 산수화입니다.

이 그림을 처음 대한 건,중국의 저명 화가이자 이론가인 부포석이 쓴 중국화 입문서에서였습니다.

작은 책 한 쪽 면에 흑백으로 소개된 그림.

명나라때 유명한 화가이자 이론가인 동기창이 “중국화는 문인화인 남종화,채색화인 북종화 둘 로 나눈다”고 한 게 미술계의 정설이었는데요

남종화인 문인화의 격조와 북종화의 특징인 채색이 섞여 어우러진,채색 문인화-

비단 에 그린 7세기 수나라 때 작품-인 유춘도가 뒤늦게 발견되는 바람에

동기창의 이론이 정설에서 가설로 전락해 버린 거지요.

일단 중국 그림은 사이즈와 상관없이 스케일이 큽니다.

원본의 크기는 대략 40*80cm 정도지만 시야가 큰 작품입니다.

습관처럼 그 풍경 안으로 들어갑니다.

하루에 걷기엔 큰 산자락. 아스라한 가까운 산과 먼 산 기슭 사이… 줄지어 늘어선 나무 가지 아래로,

유유자적 봄산을 거니는 좁쌀만한 사람들과 그 곁을 따르는 말들이 정중동의 멋을 줍니다.

바람이 아직은 좀 찰 것도 같은 그 속의 인물이 되어 나무 아래로 따라 다녀 봅니다

크지 않은 화면 안, 한 쪽 구석에 거니는 사람이나 말들이 작아질수록 산은 훨씬 큰 산이 됩니다.

그렇게 작아졌어도 나무 가지나 그 인물에서 나오는 품격과 여유로움이 매력입니다.

기품이 있는 봄놀이 그림,

그 아스라한 향에 취해 자연과 벗 삼아 그림 속에서 노니는 거지요.

건강을 되찾자고 지리산에서 지낼 때 입니다.

차를 타고 지나면서 본 어느 산자락, 잎들을 떨구고 서있던 나무들은 유춘도의 그 나무들과 흡사했어요.

저 나무가 무슨 나무지요?

밤나무라더군요.

아하! 유춘도의 나무들이 밤나무로군요.

맞장구 칠 이 없어도 혼자 고개를 끄덕이며 뜻 밖의 확인에 즐거웠었지요.

그런데 여기 북경 벽에 붙어 있는 실제 크기로 복사된 작품을 보니,빈 가지가 아닌 연분홍꽃이 달린 나무더라구요.

매화일까요? 도화일까요 ?

주웨이는 갑자기 자기 화집을 들고와 어느 작품을 펼쳐 보입니다. 그 작품의 물결 무늬 배경이 유춘도에서 얻어진 거라나요.

아 그렇군요! 비록 나무는 바뀌었으나 좋아하는 작가와 같은 그림을 좋아 한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참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벽 아래로는 글씨 연습을 하는 책상이 있었는데요.

중국에선 서예가로는 누구보다 동진 때 왕희지를 알아 주지요.

그리곤 이삼백 년 뒤 당 나라의 구양순과 우세남, 저수량 그리고 안진경 네 명의 대가를 꼽지요. 천오백년전 사람들입니다.

알아 보기 좋은 해서체의 구양순 우세남도 좋지만 개인 적으론 골격이 느껴지는 저수량과 남성적이고 강건한 안진경의 서체를 좋아합니다.

주웨이는 안진경의 서첩을 놓고 있지 뭡니까!

안진경을 좋아 하나요?

그리고 보니 작가와 글씨체가 잘 맞아 떨어집니다.

취향이 닮아 있다는 것처럼 사람이 가까워지는게 없을 겁니다.

점점 기분좋은 방문이 되어가는 거죠.

어디서는 전자건이, 어디서는 팔대 산인이,또 어디서는 장안이-서안이 더 쉽겠군요- 떠오르고,안진경도 보이고..

작품을 대할수록 대가들을 두루 섭렵한 작가로구나.

존경과 부러움이 겹쳐져 한숨이 나옵니다.

이렇게 대단한 선배들이 많은 기름진 중국 문화의 토양이라니요.

이런 토양에서 다져진 그의 작품. 요즘 중국 화가들에게 결여되어 있는 전통화와의 접목을 견실하게 하고 있는 작가.

그런 그가 회화 작품을 손대지 않은 게 3년이랍니다.

중국 미술계에 엄청난 관심과 재화가 물밀 듯 닥친 건 2005년이후입니다.

세상 떠들썩하게 몰려드는 시절에 작품 다 팔고 그후 3년간 아무 것도 안하고 놀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니 머리 속이 비어 하나도 그릴 수 없다는군요.그래서 판화와 조각만 한답니다.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한국에선 주웨이가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개인전을 열어 참 좋은 작가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

판화나 조각도 좋지만 주웨이의 힘은 회화다.

열 점이 필요하지 않다.

단 한 점이라도 자신있는 주웨이의 유춘도를 그려달라.

그렇게 부탁하고 기다린 일 년입니다.

주웨이는 두 점을 그렸고 2008년에 그린 두 점을 보태 네 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그리곤 허전한 벽을 위해 몇 점의 판화가 보태질 것입니다.

조각도 뺄 수는 없지요.

9월 1일 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추석 연휴 기간을 빼고 전시합니다.

차 한 잔을 하고 싶으시면 전화로 먼저 약속을 해 주시기 바랍니다.

9월은 몇가지 일정이 겹쳐 ,얼굴 뵈지 못할 날들이 있을 듯합니다.

심여화랑은 9월초 광주 아트페어와 21일부터 27일까지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 국제아트페어에도 참가합니다

심여화랑 성은경입니다.

2011. 08. 28

<유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