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영파(寧波)기행

작년 12월 마이애미페어 마치고 멕시코에서 연초엔 타이완과 중국을 중순엔 인디아페어로 뉴델리에 있다가 히말라야산자락 다즐링-에서 두달을 보내고 왔다
작품을 팔고, 작품을 보고, 작가를 만나고, 좋아하는 꺼리들을 찾아다니다보면 아는 곳이 되고, 같은 걸 좋아하는 친구도 생기고 동네마다 애정을 주다보면 곳곳이 가까워진다
그러면서 한 해가 가곤했다
한국에 머무는 날보다 밖에서 떠도느라 거의
문 닫힌 화랑이 코로나에 발목을 잡혔다

무더운 여름엔 시원한 나라 한 곳을 정해 그동네 사람처럼 지내곤 했다 이란, 조지아가 그곳이었다

올해는 흑해 연안 루마니아로 잡았었는데
코로나 시절
별수없이 시원한 동네
강원도로 정했다

적조했던 친구들에게 우선 1월초에 다녀온 영파여행기로 대신한다 그 뒤 인디아얘기는 와이파이 원활한 강원도 어디선가 올리려한다

절강성
많은 발자국을 남긴 곳이고 또 남겨질 동네입니다.
항주 좋아하나 다녀온 시간 상 따끈한 영파와 소흥부터 갑니다.
이번 영파와 소흥은 중국 가길 희망한 서로 모르는 세사람을 엮은, 네 여인의 여행입니다
워낙은 호남성 장사 가서 그 근처를 돌까 했는데 바로 위 호북성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돈다길래
지도 놓고 고른 거죠.
대기질 지수가 좋은 동네
언제부턴가 공기 좋은 걸 조건으로 찾게 되었어요
상해아래 공기좋다고 푸르게 표시가 된 
寧波,닝보는 말 뜻 그대로 파도가 잔잔한 항구입니다
가보고 싶었던 천일각이 있는 곳
명나라때 범흠이란 분이 만들어 대대손손 내려온 사설도서관. 오백년의 역사를 가진 도서관입니다
신안 앞바다에 가라앉았던 -원대의 도자기가 수만점 실렸던 무역선의 출발항은 닝보였으니
일본과 고려는 물론 페르시아와 동남아까지 사통팔달의 수출항구…
뭐가 있어도 많이 있을 곳이겠지요

닝보로 갑시다.
뭐가 뭔지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일행들에겐
화려하지 않다
낡고 오래된 곳이다
공기는 좋다 등의 단순한 설명만 준,
묻지마 여행입니다
중국여행시 가능한 한 긴 경유편을 이용합니다

목적지외에 덤으로 어느 한 동네에서 놀다 가는 겁니다
새벽 비행기로 옌타이,연대에 닿아 밤비행기로 닝보를 가면
산동성 북쪽 항구 도시 옌타이가 하루 새에 친숙해지는 겁니다
짐을 찾아 부쳐놓고는 택시로 국수 맛집이 있는 봉래로 갑니다
열시간이나 시간이 있는 환승이라 널널한 기분이지요
사람 가득한 국수집,종류별로 한그릇씩 시켜 맛보고 등주시장을 돕니다
90년대 북경 같은 분위기
고소한 냄새가 부르는, 뻥튀기 기계에서 갓볶아진 따뜻한 땅콩을 사고,
아주 작고 정말 달고 매우 향이 깊은 설탕귤을 삽니다.
십위안-1,700원의 크기가 큰 시장입니다
호떡과 만두와 옥수수빵…
여인들의 군입질은 쉼이 없지요
핑구어-사과가 특산이라는 운전기사의 얘기를 들은 바 있어 한 개씩 집습니다
아삭하고 달고 즙이 많더군요
손에 비닐백 하나씩 들고 영락없는 중국인 행색으로
봉래각으로 갑니다
펑라이- 봉래는 진시황제때 불로불사약을 찾아 간 전설 상의 봉래산이 있는 곳입니다
바다가 아름답게 내려다 보이는 곳에 중국 4대 정자 중 하나라는 봉래각이 있습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부터 마음이 편안해지는 넓고 큰 공원입니다.
날씨도 동네도 찾는 이가 드문 곳이라 우리들만의 시간입니다
명나라때 왜적을 물리친 척계광장군의 기념관을 돌아봅니다
살짝 덮인 눈과 파란 하늘이 조화로운 정원
너희도 왜적과 싸운 장군 있잖아.
거북이 배.
아하 이순신 장군
그때랑 같은 시기야.
촬영하고 있던 중국방송팀이 반갑게 한국방문객에게 설명을 해줍니다
바다를 향해 대포가 놓인 포대를 지나 산으로 오릅니다
역시 누각은 산상에 있어야 볼 만하지.
걷기 좋을 만큼의 높이입니다
소동파의 ‘등주를 지나며’ 라는 시가 쓰인 곳

아래로 내려오니 선박박물관이 있습니다
이렇게 큰 배들이라니 최고로 치는 목재, 황화리로 만든 목선들이 
큰 몸체로 누워있는 사이를 돌아보고
배가 출출해 식당으로 향합니다
시간이 지나 다니니 문 연 식당이 별로 없더군요
한 봉투만 산 건 실수다.
고픈 배를 땅콩으로 달래다가
겨우 겨우 한 곳에서 푸짐한 식사를 합니다
떠나는 거 보다 땅콩을 더 못산게 아쉬웠던 옌타이였어요

자정이 넘어 닝보 공항에 닿습니다.
중국판 우버인 디디는 한국폰에 깔아 쓰기가 어려워요.
일단 국제카드지불이 막혀 있거든요
중국 심카드를 산 똘똘한 막내 걸로는 현금결제가 되긴합니다.
호객하는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안되는 디디와 씨름합니다
한참 지나
자정이 넘으면 디디 안된다는 걸 호객군이 알려줍니다
이그
시간 버리고 드디어 택시에 오릅니다

닝보의 숙소는 깨끗히 단장한 옛거리에 자리한 닝보수팡寧波書房입니다
중국 곳곳에 정을 준 서방들이 있습니다
칭다오수팡 靑島書房이 그렇고
長沙창사서방이며 제남,항주와 남경..
얼마전부터 호텔 안에 도서실이나 서재 식으로,
아예 책방을 차려놓은 곳들이 많아졌어요
이번
영파서방은 객실문을 아예 책꽂이형태로 만들어
도서관 안에서 사는 기분의 인테리어를 해놓아 재미있어했지요.
체인호텔 Atour나 全季酒店등의 실내는 책과 더불어 쾌적해요.

호텔근처엔 유에후 月湖라는 호수가 있고 월호공원은 호수를 끼고 아름답게 펼쳐집니다
중간에 차박물관도, 고려 사신들이 머물던 고려청도 있습니다

비가 추적거리는 아침
간단히 아침을 먹고 거리를 나섭니다
월호 공원은 반달 모양의 호수입니다
쌀쌀한 정도의 날씨.
한적한 공원에 내리는 비가 운치를 더합니다
오랜 건물들 ,눈에 띄는대로 둘러봅니다
유교를 숭상한 집안의 사당과 차문화 박물관과 민간오페라를 공연하는 건물을 지납니다
다리를 건너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렇게 정돈되고 아름다울 수가! 내심 동네 선택에 만족합니다
일정을 정하지 않은 채라 느긋하게 쉬다가야지 맘을 먹습니다.
숙소를 정한 호수 근처는 옛집들을 보기좋게 손질해 단정하고 품위있는 벽돌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백몇십년 전 마작을 처음 만든 이의 집을 돌아봅니다. 
옆에도 앞에도 찻집입니다.
집들이 큼직하고 정돈되어 번성했던 무역항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발길 따라 들어갔다 나왔다 하며 동네 돌기를 합니다.

중국을 다니다보면 어느새 차 마시는 습관에 길들여집니다
찻집에 들어가 주인장과 한 두마디 얘기를 나누다 보면 앉아 있는 객들과 합석,
차 자리에 앉게 되고
동네 사정이며 가봐야 할 곳들에 대해 설왕설래를 하게 됩니다
닝보가 이리 좋을 줄 몰랐어
너무 맘에 들어.감탄사를 날리면
차를 따르던 주인의 자신있는 설명이 나오는 거지요
우린 남송 때 제일 번성했던 무역항이었어
천년의 긍지입니다
그렇지 .
일본 고려 동남아 페르시아로 가는 뱃길의 출발지였지요?
닝보를 출발한 원나라때 무역선이 신안에 침몰해서 몇만점의 도자기며 동전이 발견
된 게 닝보로부터 입니다.
왜 닝보를 온 건가요?
천일각 보려고요
단체 여행인가요? 아뇨 자유여행이요
직항이 있나요? 갈아타야해요
명 때 만든 개인 도서관 천일각이 대를 이어 내려온 동네니 당연 문화적인 곳일 거라 믿었어요
게다가 중국 내에서 대기질 지수가 가장 좋았어요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미덕인가요
청자로 유명한 월요가 지척에 있고 도자기 산지 상우나 위야오도 가까우니 볼거리가 많으리라
노신옛집, 왕희지의 난정, 서위의 청등서옥등의 소흥도 가깝잖아요
몇 동네 이름을 대니 주인장 예선생은 자기네보다 많이 안다며 거듭 차를 따라 줍니다
차 자리에는 설탕귤 호박씨 호두 해바라기씨는 물론 여러 먹거리들이 즐비합니다
얘기하다 흥이 난 팽주는
호남의 안화차를 거쳐 광서의 육보차 그러다 광동 조주의 단총차까지 릴레이하듯 차를 냅니다
향과 맛을 즐기며 어울리다보면 어떻게 시간이 가는 지 모릅니다
차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았던 일행들이
하나 둘 차호며 잔을 들여다보고
육보차의 깨끗한 맛과 단총의 향기에 놀랍니다
떠날 무렵엔 산 거라곤 다들 차주전자 밖에 없다는 걸 압니다
좋은 인연이라는 찻집입니다
권해주는 맛집을 향해 택시를 탑니다

책 받침대가 멋진 찻집도 인상적입니다
건물 분위기가 좋으면 일단 들어갑니다
인연이 일어남은 상서롭다는 현판이 반기는 예술 진열관입니다
보던 중 큰 건물입니다
작은 옥기류와 목기들 차와 꿀이 진열된 곳에 얼굴이 맑은 스님이 차를 마시고 있더군요
나무 무늬가 고상한 독서대를 사고나니
즐겨 마신다는 보이차 생차를 권합니다
다들 앉아 차를 마십니다
이런 교유는 제겐 일상인데 
이런데서 이렇게 지내는게 일행들에겐 새로운 가 봅니다
아는 것만 보인다고 많은 옥기들은 그냥 눈으로 훑고 묻습니다
옥이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데 중국인들은 왜 그리 옥을 좋아하는거지요?
옥은 중국의 역사와 같이 왔어요.
옥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순정한
가치있는 보물입니다.
그는 개방하지 않는 이층으로 가보겠냐고 합니다
따라 나섭니다.
진열관은 아래 층이 아니고 여기로구나
상나라 서주 한나라를 거쳐 동진과 당 송 원 청
몇 천년이 한 자리에 있습니다.
희고 투명하기도 둔탁하기도 노란 빛이 돌기도 형태도 각각입니다
어떻게 시대 구분을 하나요?
돌을 다룬 방법과 형태 색등 특징이 있답니다.
몇 바퀴를 돌고나니 한나라와 서주, 상의 구분이 됩니다
세상에 상이라니
하, 상, 주 순서로 배웠던. .
하남성 안양에서 출토된 갑골문으로 인해 구전되어 내려온던 상나라의 존재가 드러나
역사적으로 중국 역사는 천삼백년을 거슬러 올라가게 됩니다
가볍게 삼천여년을 넘나드는 구경입니다.
옥은 신강 산을 친다고 합니다
진지한 학생이 맘에 들었는지 다른 방에 있던 청동기 몇 개를 보여줍니다.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오랜 청동기는 한세기 전까진 주대 걸로 알고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상나라 걸로 인정 받습니다
기원전 천오백년. ,그런 시절에 가까이갑니다
한 자리에서보는 몇천 년 여행에 고맙다는 인사를 합니다
오월이후에 오면 제대로 진열해서 보여줄 수 있답니다.
청동기를 보기위해 다시 찾을 곳이 됩니다

목적했던 오백년된 사설 도서관 천일각을 갑니다
깨끗하게 단장한 전통가옥들은 선비마을을 걷고 있다는 기분을 줍니다
문기가 넘치는 곳
관광객은 그다지 많지 않은 곳
南國書城이란 현판을 지나
이끼낀 고목들 잘 다듬어진 동산과 정원,커다란 연못 둘레에넓게 자리한 몇 채의 고색 창연한 건물들
범흠이란 선비가 모아놓은 책을 두고
자식들에게 은 만냥과 도서관 중 택하게 하여 도서관을 택한 자식들이 대를 물려 온 곳
금녀의 도서관이었고 열람하려면 온 집안의 동의를 받아야 했던 곳
건륭제가 사고전서를 편찬할 때 차출한 육백여권은
그 당시로는 뺏긴 듯했겠으나
긴 눈으로는 보존이 잘되어 득이 된 사실들이 전해 지는 문향 가득한 곳
화재가 큰 걱정이라 天一生水
라는 글귀에서 이름을 짓고 곳곳에 물이 가득한 연못과 물이 담긴 확이 놓인 문화의 산실…
여운이 긴 발걸음이었어요

며칠 간의 닝보를 떠나 행장을 가벼이 소흥으로 갑니다
소흥,샤오싱은 일단 소흥주로 유명합니다
밥에 곁들인다는 가반주 황색 발효주, 아님 딸이 태어나면 술을 담가 결혼때 쓴다는 증류주 여아홍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옛거리는
원나라때 마치원의 시 추사 秋思에 나온 그대로의 정취가 남아있는 곳
마른 등나무, 고목, 해질 녁 갈가마귀 ,작은 다리, 흐르는 물, 인가 ..
단어의 나열 만으로도 멋진 시가 된다는 걸 보여준 마치원의 싯구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민간오페라 노래가 흘러나오는 창가에 멈춰서 귀를 기울입니다
여기는 월극의 동네입니다
2500년전 오왕 부차와 월왕 합려의 스토리가 있는 월나라땅입니다
여기서 나온 명사들이 수두룩합니다.
동진 때 왕희지가 살았던 거리, 1700년전이지요
지인들과 모여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워
시 한 수씩 지으며 쓴 난정에서의 서문이 유명한 난정
왕희지의 글씨로 난정서를 꼽지만 전해 내려오는 건 후대의 임모본입니다.
왕희지를 최고로 치는 당태종 이세민이 원본을 무덤으로 가져간 때문입니다
난정이란 비석글씨는 문화혁명 때 홍위병들이 쪼아서 불구상태로 서있습니다
문화라는 겉포장을 한 채 몇천년의 언덕을 삽시간에 무너뜨리는 몽매함에 서늘해집니다
왕희지를 흠모하며 세운 난정 건축과
집채 만한 강희제의 어필 난정서는
한족의 문화를 존중한 만주족 황제의 견고한 힘을 보여줍니다
새롭게 세워진 서법박물관에 들어섭니다
왕희지와 왕씨 일가의 글씨들이 버튼을 누르면 차례대로 얼굴을 내밉니다.
하나하나 보다보니
예상보다 긴 시간이 갔습니다
도심의 예거리를 향합니다
버스는 2위안입니다.
일행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주고자 버스에 오릅니다

명나라때 화가, 자유자재한 필치를 보여준 청등 서위
윤곽선없이 먹의 농담으로만 표현한 석류며 연잎, 나귀 탄 사람의 그림이 눈길을 잡습니다
청등 아래의 강아지라도 하고 싶다고 한 이가 제백석입니다
생애는 고달펐으나 그만큼 실력이 뛰어나 뭇 화가들이 우러른 화가 서예가 문인입니다
그는 스스로 서예가 최고라 자부했으나 누구라도 그림을 첫손 꼽습니다
옛집 청등서옥에 들러 명나라에 머물다 나옵니다
노신이 공부한 청대의 사립학교 삼미서옥,
책의 경지에 따라 세 맛으로 나눈답니다
고전을 읽는 것은 쌀밥을 먹는 것과 같고 역사서를 읽는 것은 고기를 먹는 것과 같으며 제자백가는 푹삭힌 젓갈의 맛이라나요.
젓갈의 깊은 맛은 내공으로 느끼나봅니다
노신의 소설 주인공 공을기가 돈이 없어 즐겨 시킨 회향콩, 함형주점에서 맛봅니다 소금기를 약간 넣어 찐 누에콩입니다
취두부는 함형주점 밖 매대에서 사먹을 수 있어요. 고약한 냄새로 감히 다가가지 못하나 한 번 먹게 되면 계속 찾게 됩니다.
함형주점의 맛은 깔끔합니다
현금은 안받습니다.다 휴대폰 결제입니다
옆에 있던 청년에게 부탁해서 한 그릇을 시킵니다.

전국에서 여기에서만 살 수 있다는 긍지높은 양조장까지를 돌고나니 어둑한 밤입니다
한두가지 소흥주를 맛보고 흔들거리는 불빛을 지나 한두병씩 사들고 숙소로 갑니다

2020. 08. 08

봉래각 (蓬莱阁)

닝보(寧波)거리

소흥 (紹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