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Less Is More

동쪽을 향해 앉은 고층아파트로 거처를 옮기신 부모님께서는, 새벽부터 찾아들어 저녁까지 물러설 줄 모르는 강한 여름 햇살에 어쩔 줄 모르신다.

에어컨으로 물리치시죠! 모시고 나가 찬찬히 가전 매장을 돌아보았다. 넓게 펼쳐진 매장 안, 형형색색으로 제각기 단장을 하고 서 있는 제품들을 돌아 보면서

어쩜 그리 하나같이 온갖 무늬와 색깔의 잔치일까. 눈이 갈 바를 모른다.

스탠드형 에어컨은 벽걸이에 비해 면이 커지는 만큼 가득한 장식으로 손짓을 한다.

마구 휘두른 붓질, 답답한 무늬의 반복, 난 데 없는 칼라… 더군다나 제일 조용했으면 싶은 정중앙엔 다이아몬드테까지 두른 액정화면이 잘난 체를 하고 있다.

정제되지 않은 무늬와 색들로 호객을 한다. 눈의 피로가 마음까지 밀려온다.

아무 무늬 없는 얌전한 건 없나요?

참신한 디자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구닥다리 손님을 맞은 종업원은 당황한다. 아무 무늬없는 건 몇년된 재고인데요. 아무래도 효율이 떨어져서..

아니 모든 에어컨이 다 이런 알록달록 옷만 입고 있어야 된단 말인가요?

모든 것들이 무늬 일색 이건 심각한 문화적 폭력이다. 한 번 보기도 지치는데 매일 쳐다봐야 하는 그 고단함에 말을 잊는다.

조용히 노년을 보내시는 부모님의 쉼터에 맞춰 넣을 에어컨은 귀하다. 그저 그 중 제일 얌전한 걸 고를 수 밖에 없다.

화랑을 한다하여 안목을 믿어 주시는 부모님께선 마뜩찮아 하는 딸의 기색을 눈치채신다.

“제가 주인공인 줄 아는게지. 요즘은 뭐고 뭐고 다 그려 넣어야 그게 디자인이라고들 믿나보더라.”

울긋불긋 알록달록 봐달라고 아양을 떠는 제품들을 외면한 채 쌀쌀하게 등 돌려 매장을 나선다.

한국화가 문봉선 선생님의 작업실은 작품처럼 깔끔한 가운데 문기와 그윽함이 배어 있다.

동양화가 많이 수그러든 요즘 그는 붓과 먹으로 동서양에 어필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가이다.

작품들을 보다 구석에 놓여있는 에어컨에 눈이 갔다. 한지를 붙인 에어컨,그리로 가는 눈길을 의식한 선생님은

부끄러운 듯 “도무지 앞에 그려놓은 걸 볼 수가 없어서 한지로 가려 놓은거지요.”

메인을 받쳐 주지 못하는 소도구 에어컨.

네. 알고 말고요. 어찌 우리 디자인이 그리 나대게 되었나 몰라요.

세련된 사진작품으로 눈길을 끄는 김태균 선생님의 스튜디오는 그의 작품이다

머무는 공간에는 머무는 사람이 담긴다,

마크로드코가 봤으면 친구 삼자고 할 것 같은 분위기의 작품들,바다를 오래 응시하여 나온 푸른 계열의 사진작품들은 회화못지 않은 깊이가 있다.

창문을 열어 놓은 작업실 구석에 비어 있는 에어컨 자리를 가리키며

‘더운데 죄송합니다. 마땅한 걸 찾기가 쉽지 않아서요.’ 난감한가 보다.

그러더니 다음 방문에’ 할 수 없이 몇 년 전 거 샀어요.’ 빈 자리에 깔끔한 흰색 에어컨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이빨 해 박은 거 같은 상표를 작은 문양으로 가려 놓았다. 역시 작가적 감각이다.

눈썰미 있는 이들이 피해가고 싶어 하는 상업 디자인이 대세다.

이건 존경하는 건축가 미스반데어로에의 말에 해답이 있을 것이다.

less is more!

바우하우스에서, 미국으로 와 시카고에서 학생들에게 강조했던 말. 더보다는 덜!

집은 편히 쉬는 곳이다. 그 안에 사는 이들의 문화와 정서가 담기는 틀이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보조적으로 놓이는 가전제품들은, 주변과 공간과의 관계를 배려해야 한다.

그들은 주연이 아니라 조연도 못되지만 매일 만나야 하는 엑스트라로서, 질리지 않는 모습으로 다듬어져야 한다.

그래서 주인들 격에 맞는 점잖은 디자인도 있어야 한다.

건물 전체의 조화를 앞세워 부수적인 장식과 치장 없이, 간결하고 현대적인 건축물을 지향했던 세계적인 건축가 말대로

Less is more 를 향해 갈 일이다.

심여화랑에서는 7월 11일부터 2주간 사진작가 이인미 선생의 개인전을 엽니다.

부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인미 선생의 사진작품은 조용합니다.

아무 소리 없는-그러나 시선이 끌리는 흑백 톤의 건물과 건물,

고요한 정적 그 사이 서보세요.

들릴 듯 말 듯… 들립니다.

the sound of silence

7월 11일 토요일 오후 5시 오프닝입니다.

이후 부터 보실 수 있습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 11시부터 6시

일요일은 12시부터 6시까지 보실 수 있습니다.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심여화랑 성은경 드림

2009. 07.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