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자유자재

더위와 씨름을 하느라 지쳤던 여름이었습니다.

더위를 피해 어디론가 도망갈 궁리만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막바지에야

그것도 결코 피서(避暑)라기엔 적당치 않은 북경으로 올 수 있었지요.

네. 그래서 아직 중국입니다.

북경에는 국제적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40대 작가들이 모여 있습니다.

이들 역시 한여름에는 날씨가 좋은 곤명에 가서 작업들을 합니다.

loft라는 이름의 창고형 건물에 작가마다의 작업실에서 그리고 모여 얘기하고

그들의 특징인, 쉼없는 담배를 피우고 맥주와 위스키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지요.

이들도 여름이 끝나갈 무렵에는 북경으로 돌아옵니다.

북경 변두리에- 역시 공장 같은 큼직한 창고를 짓고 넓은 공간을 각자 나누어

작업을 합니다.

한 작업실 지나면 그 옆에 또 그 옆에는 다른 알만한 작가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허름한 창고지만, 전체를 지키는 경비들이 상주하고 있고 무서운 개들이 지키고 있어

그들 그림값을 떠올리게 합니다.

북경은 숨 막히게 온 도시가 차와 건물로 꽉 찬 기분입니다.

이들 작가들도 한두 대의 차량으로 모두 일조를 하지요.

며칠 있으면서 숲을 그리워 합니다.

제가 여름 내내 그리워 했던건, 바로 수림 울창한 -공기 맑은 곳이 아니었을까 되돌아 보게 할 만큼이요.

이들은 창고를 개조한 작업실에서

웃통도 벗고 세수도 안한 얼굴로 -그래도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손님을 맞습니다.

많은 유명 작가들이 머리를 박박 민 모습입니다.

부모로부터 받은 머리칼을 어찌 그리 밀어 버릴 수가 있느냐고 하니까

하하 거리며 “좋은 작가의 표시”라고 하더군요.

앉으면 시작하는게 담배 피우는 일이지요

아~, 담배 …!!

중국 미술의 도약을 이루게 하는 집단을 만나 보며

이들의 힘이 뭘까? 생각하게 됩니다.

넓직한 창고에 국외로 보내기 위해 포장된 적지 않은 작품들을 바라보며

국제적으로 매우 허약한 우리 작가들을 떠올립니다.

우리도 이래야 하는데…!

언제부터 이들이란 말인가!

그들 작품의 자유자재와 일상에서의 개의치 않음을 바라보며

나즈막히 탄식을 합니다.

명성.

이들은 명성이 있습니다.

처음 시작이 좋으면 그 다음에는 이름이 이름을 만들어 대가 반열에 듭니다

그러니 명성 있는 작가의 좋은 작품을 고르는 것은 순전히 가져 가는 사람 안목에 달리게 됩니다.

자칫하면 이름만 가져 가는 우를 범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러니 작품을 고를 때 이름보다는 , 왜 이 그림을 좋아 하는지

뭐가 맘에 드는 것인지 한 번 쯤 돌아 봄이 현명하지요.

내 맘이 최고니까요.

이 사람들은 하고 싶은 대로 지내며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어느 나라고 화상이 찾아와 작품을 가져 가니,

외국 전시에 목마른 우리에게는

부러운 현실입니다.

언제 우리도 이렇게들 될른지요.

여기에 바로 제 사명이 있기도 합니다.

그림의 국제적 위상은 국력이 뒷받침합니다.

한국 그림을 알아 주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거 각설하고 한국이 바로 서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창고에서 뵈는 그림 하나하나가 매우 앞서 가는 작품들입니다,

그럼에도 모두들 누구라면 알만한 지명도를 지니고 있지요.

그림 가격이 중국 평균 임금에 비할 수가 없지요.

한다하는 작가들과 저녁을 함께 하자고 초대를 받았습니다.

작가가 운영하는 세련된 현대식의 운남 식당이었는데요.

그래서인지 식당 앞은 현대 화가들의화집들이 죽 진열 되어 있고

걸려진 그들의 작품 수준이 돋보였습니다.

구경 삼아 돌아 다녀 볼 만했습니다.

운남은 버섯이 유명합니다.

처음 보는 별별 종류의 버섯들이 갖가지 모습으로 등장하더군요.

서너 종류의 버섯 무침이 전채로 나오고,구이와 조림과 튀김과 찜..

제게는 연잎에 싸서 익힌 송이 버섯이 으뜸이었는데요.

영국 인이 자기 작품을 너무 좋아해서 대작을 많이 팔았다며,

-머리만 제발 감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선동적 그림의 작가 Wang Guangyi는

음식 한 번 먹고 담배 두 대 피고…

신이 났습니다.

yangQian, yue minjun, zenh hao,ren xiao ren,zeng fanzhi.

모두들 담배에 이력이 난 작가들입니다.

그 중 한 부부는 좋은 시계를 차고 나왔는데, 온통 관심이 시계에 쏠려 있었지요.

누가 무슨 시계를 찼는가가 주된 관심사였습니다.

그리곤 식당 앞에 웅자를 드러내고 있는 그 동네의 타워팰리스 얘기였습니다.

이제 이들도 명패-브랜드 바람과 부동산 바람이 불고 있나 봅니다.

제게 안타까웠던 건 단지

그 맛있는 송이의 향을 뺏는-즐겨 볼 틈없이 쉴새없이

단체로 뿜어 대는 담배연기였습니다.

저 같이 소리와 냄새에 민감한 사람에게 이런 고역이 없지요.

잘 지었다고 하는 최신식 건물에 자리한 이 식당은

도통 창문을 열 수 없는

비극적인 구조라 , 거의 고문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아우, 다음 기회에 다시 와서 먹어야지.

우스운 일은 이 작가들이 자유롭게 이곳 저곳을 돌아 다니는 저를

“참 좋은 직업을 가졌다.”며 부러워 하더라구요.

자유자재한 화가들로부터 자유로움에 대한 부러움을 받다니요.

작가들과의 만남을 마치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애당초 목적이 더위를 피하고 싶었으니까, 북쪽 어디를 가야겠다고 벼르다가

장백산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이건 며칠 삭여 익힌 뒤 서울에 가서 계속하겠습니다.

2004. 09.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