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인레호수

해발 1300m 이상 고도에 푸른 산들이 둘러 싸고 있는 인레호수.

이곳을 가려면 비행기로 heho로 가서 택시로 1시간쯤 걸려 나웅쉐로 가서

보트를 타고,호수에 산재한 묵고자 하는 호텔로 가야 합니다.

어디를 가나 어디가 아름다운 곳인가를 습관처럼 묻고, 일을 마친 후에는

이를 찾아 나서곤 합니다.

일했으니 쉬어야지.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제는 쉬라”는 선전은 최소한 제게는 적합치 않지요.

언제나 -그 때 그때마다 쉬니까요.

지난 번 미얀마를 찾았을 때의 압권은 바고였습니다.

너른 평야에 솟아 있던 한도 없던 불탑들을 석양 아래 바라 보던 그 깊은 감동..

아직까지도, 상상만으로도 그 때의그 감동 근처로 데려가 주곤 합니다.

그런 제게, 많은 이들이 인레 호수를 알려주었습니다.

순수한 아름다움을 가진 곳.

아무 때 묻지 않은 곳.

양곤의 여행사에서 호텔 예약을 하면서-스트렌드 호텔 때문에 호기가 많이 줄어

싸고 좋은 호텔을 권해 달라고 했거든요.

보여 주는 브로셔 중 눈길을 끄는 게 있어 무조건 여기 묵겠다고 한 곳이

인레 호수 위에 떠있는 방갈로 형 호텔 쉐인타였어요.

팔이 아닌 발로 젓는 배 뒤쪽으로 드문드문 서있던 방갈로와 그 배경이,

또한 모기장을 드리운 침대방이 인상적이어서 망설임없이 정하곤

그곳이 목적지가 되어 찾아 가는 여행이 된 셈이지요.

헤호 공항은 마치 시골 간이역 같습니다.

미얀마에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공항에서 짐이 나오면 여러 명이 달려와

마치 제 짐인 양 각자 하나씩 들고 따라 옵니다.

세 개의 짐을 가진 제겐 3명의포터가 달린 셈이죠.

처음엔 이들이 택시 기산줄 알고 무심히 택시에 오르면 차창 안으로

짐을 들고 온 시꺼먼 손들이 들어와 money please, tip please 하지요.

안주기도 그렇고 주자니 숫자가 너무 많고..

더군다나 바꾼 돈 단위가 제일 큰 1000짯짜리다 보니 다 주면

이 동네 수준엔 너무 큰 돈이지요.

빼앗다시피 짐을 들고간 이들…

이 자리가 쉽게 하루 일당이 생기는 일이라

너도 나도 지저분한 모습으로 달려 드는 거지요.

하루 1$ 벌이가 안되는 지방이라면 더 심한 편이구요.

이런 일을 몇 번 당하면 절로 쯧쯧 탄식이 나오게 됩니다.

저 젊은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일거리를 주지 못하는 나라라니..

다른 나라-특히 못사는 나라에 갈수록 남루함 과는 상관없이 그들을 존중해 줘야 한다고

굳게 믿습니다만, 여기선 자꾸 얕보고 싶어집니다.

어떤 남자가 비굴하게 웃으며 맛사지? 합니다.

공항에 도착한 사람에게 맛사지를 권하는 저 이는 또 뭐 란 말인가?

깨끗지 않은 손으로 팔다리를 주물러 주면 받게 될 1~2$을 위한 호객 행위..

입맛이 씁니다.

가난이 만들어 놓은- 뒷맛이 씁쓸한 인상.

이렇진 않아야지.
대다수의 국민이 주머니 푼돈을 향해 달려드는 이곳에서

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습니다.

택시 기사는 중국계 미얀마인입니다.

공항 앞에서 택시 타라고 끌던 여자가, 중국인인 줄 알고 그 기사를 배정해 주더군요.

미얀마에서는 택시 타기 전에 꼭 깨끗한 차를 타겠다고 얘기합니다.

기사의 할아버지는 운남성 출신입니다. 3대째 사는 모양입니다.

대리, 여강, 샹그릴라, 운삼평…

좋아하는 운남의 지명을 대니 남쪽에 있는 서쌍반나 출신이라고 합니다.

한 시간을 달려 나루에 닿습니다.

기사가 연계된 여행사에 내려줍니다.

뜻 모르고 당하게 되는 일일 것입니다.

웰컴하며 호수 도는 코스를 길게 설명해 줍니다.

왜 이리 친절하다지?

이유를 모르고 다 듣고 나면 어쩔 수 없이 이 회사가 제공하는 배편이며

여행코스를 정해야 할 밖에요.

단지 호텔까지 가는 보트 편을 이용하려다가 3일간의 여정이 다 정해집니다.

혼자 오니 분담없는 교통비가 아깝지요.

배 한 번 타고 호텔가는데 10$ , 만약 하루 종일 쓰려면 25$,

아무리 여행지라지만 움직이는 대로 비용이 들 팔자입니다.

묵으려던 수상호텔은 배 없이는 꼼짝도 못하고 방갈로에만 있어야 합니다.

믿음직한 3권의 책 덕에 이틀은 꼼짝 않고 호텔에 있고

내일은 하루 종일- 새로 개방해 제2의 호수로 불리는 곳에 가는 걸로 계약을 합니다.

알려진 호수 말고 새로 개방한 지역 가려면 65$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곳인데 만약 가다가 머물고 싶으면 머물고, 내려서 돌아 다닐 수 있는

자유가 있는 매혹적인 조건.

2명의 뱃사공과 한 대의 발동선을 종일 제 맘대로 쓸 수 있었습니다.

긴 카누 모양의 발동선은 폭이 좁고 난간이 높아,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날렵성과

튀는 물살로부터 안전성을 갖춘 모습입니다.

탈탈탈탈~!!! 발동기 소리를 음악처럼 들으며 너른 호수로 나아갑니다.

양 옆으로 멀리 산들이 펼쳐져 있습니다.

푸른 하늘, 그보다 더푸른 물빛, 물 위로 비춰지는 산 그림자와 구름..

비단 쿠션으로 제법 모양을 낸 팔걸이 의자에 앉아 경치를 즐깁니다.

많게는 대여섯명이 일렬로 의자에 앉은 배들이 지나갑니다.

썬그라스에 휘날리는 머리칼이 다들 서양인들입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배 위에 있자니 써늘해집니다.

싱가포르에 놓고 온 겨울 옷들.

여행하면서 내내”짐 될까’ 빼고 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앙금처럼 남습니다.

CD에 이어 겨울옷 한 벌이라도 가져 올 걸 연신 후회를 합니다.

호텔에 닿으니 차게 한 물수건으로 환영의 뜻을 표합니다.

쉐인타 호텔은 정말 아름다운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른 호텔들은 한 면만 호수에 접하고 뒤쪽은 육지에 연해 있는데, 이호텔은 사면이 호수입니다.

조용히 독서 하리라던 희망은, 탈탈거리며 지나가는 발동선들로 여지없이 물거품이 되어 버립니다.

몇십채의 방갈로 벽은 대를 엮어짰더군요.

가장 끝에 위치한 방은 창 하나 가득 호수와 산이 들어차 있습니다.

전화나 TV 그런 거 일체 없습니다.

모양이 그럴 듯한 것에 비해 방음은 전혀 되지 않는 방입니다.

배가 지나갈라치면 마치 방 밑으로 지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소란합니다.

<24시간 전기 공급> 여긴 하루에 몇 번씩 전기가 나가는게 다반사죠.
<정수한 물 공급>-물이 좋질 않아 사마셔야 합니다.
<저녁 온수 공급>
<인터넷 가능 >등을 자랑 삼는 호텔임에도
전화 한통 조차 양곤을 거쳐 연결하는 덕에

화랑과 관계된 연락하는데 아주 애를 먹었습니다.

여행 일정이 길어지는 바람에 연락해야 하는 곳과

미술의 산책팀에 단체 메일보내는 일에 소진한 정력이라니!

수십 번의 시도 끝에 그나마 제목만 보낼 수 있었을 뿐이니

본문은 보내지질 않아

어리둥절한 분들이 많으셨으리라 봅니다.

어두워지면 일찍 찾아온 밤과 함께 잠자는 일 밖에 없더군요.

밤에 할 일이 없는 곳이다 보니 새벽 4시만 되면 호수가 시끄럽습니다.

투투타타 발동선 소음과 확성기로 울려 대는 노랫소리..

장터를 방불하는 소음으로 새벽을 맞습니다.

와우~! 창 밖의 경치는 그야말로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입니다.

그냥 이대로만 그려도 기 막힌 그림이네.

사실화에 능한 작가들을 떠올립니다.

그들과 함께와 이 시간의 이 모습을 그리라고 하면 될텐데..

카메라에는 전혀 담아지지 않는 풍경을 안타깝게 응시합니다.

조금씩 밝아지며 경치는 점점 딴 얼굴을 합니다.

적나라.

드러나면 어둠에 묻힌 모습만 못한 걸까요.

일찌감치 찾아온 뱃사공들과 second lake을 향하여 출발.

제2의호수-개방한 지 얼마 안되어 가는 이들이 적다는 곳.

쉴 곳도, 먹을 곳도 없는 곳이라며 여행사에서 거듭 못을 박은 곳.

호텔에 점심 도시락과 선호하는쥬스-fresh papaya juice with lemon을 부탁합니다.

긴 뱃전에는 네비게이터 한 명, 뒤쪽 운전석에 한 명.

가운데 걸이 의자에 – 바람을 맞을 채비를 단단히 하느라 몇 겹씩 껴입고

강한 햇빛을 피하느라 챙이 넓은 모자를 바람에 날라가지 않도록 꽉 붙들어 매고

앉은 저 ,합이 셋인 보트여행이지요.

수상가옥들이 즐비한 호수.

그리 깊지 않은 인레호수 위에는 수상가옥 마을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목조가옥인데요.

기둥이며 집을 모두 티크로 만든다고 합니다.

양 옆으로 늘어선 수상 가옥의 열린 창문 사이마다에서 저를 보는 시선을 느낍니다.

물에 연이은 집의 계단 아래에서 몸을 담그고 머리 감는 여자들

빨래하는 사람들..

야채를 씻는 사람들.

목욕과 배설이 같은 곳에서 이루어집니다.

너른 물길입니다.

가득한 파란 하늘, 양 옆으로 푸른 산들이 도열한 넓은 호수를 빠르게 나아갑니다.

이렇게 맑은 물.. 수초들 사이 조용히 피어난 연꽃들

파란 하늘이 그대로 호수 안에 담겨 물빛은 하늘보다 더 맑은 파랑입니다.

수중 사원도 보이고 다른 호텔도 보이더니 점점 조용한 호수길입니다.

호수를 관광하는 외국인은 입장료와 함께 꼭 가이드를 동반해야 합니다만

경치 보는데 웬 가이드가 필요하냐며,

만약 가이드를 써야 한다면 관광하지 않겠다고 강경하게 나간 결과

뱃사공만 동승하게 되었습니다.

아무 편의 시설이 없는 호수. 맛있다며 식사삼아 3컵이나 파파야 쥬스를 마시고 탔으니

가고 싶은 곳. rest room.

어찌 표현할건가.

말이 통할 것인가?

저 집에 세워 달라고 할까?

아, 지나가 버렸네 아님 저 집?

화장실을 이용해도 됨 직한

사원 같이 생긴 집, 커다란 집들을 자꾸 놓쳐가고

이제는 집들은 하나도 없이 자연 만이 펼쳐진 호수입니다.

몇 번씩 스톱 시키고 싶은 마음이 굴뚝입니다.

영어가 아주 짧은 그들입니다.

대나무가 무성한 숲이 보입니다.

내리겠다고 사인을 보냅니다.

어렵사리 사인이 통해 잘 다져진 젖은 흙 위에 내립니다.

대 숲 저쪽으로 소수레를 끄는 사람들이 두엇 보입니다.

그들을 피해 산으로 올라갑니다

신사 같이 네비게이터가 따라옵니다.

아우 참 내.

이 급한 일을 어찌 해결할 것인가.

더이상 따라 오지 말라고 수신호를 보냅니다.

멍하니 서있는 내비게이터를 뒤로 하고 자연 속에서 해결.

오늘 절대 물 먹지 말아야지.다짐합니다.

급한 일이 풀리니 세상이 한결 여유로워집니다.

바간 보다 못하면 분할텐데.하던 마음은

싱그러운 바람, 따스한 햇살, 파란 하늘과 맑은 호수 위에서 스르르 사라집니다.

어디서 이런 탁 트인 기분을 맛보랴.

어디서 이렇게 때 묻지 않은 자연을 누리랴.

세 시간 정도의 뱃길.

군데 군데 허물어져 가는 파고다를 들려 보고 개방의 끝자락 마을에서 내립니다.

*여행한 얘기의 속편을 기대하시는 분들 덕에 -숙제하는 기분으로 쓰다보니

인사 없이 한 해의 끝에 닿아 버렸습니다.

보내 주신 성원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오늘로 올해 마무리 잘 하시고 건강한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2005. 01. 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