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인도 9

여태 산중생활을 보상이나 하듯 며칠 좋은 호텔에 있었다
티셔츠로 있어도 되는 따뜻한 실내
욕조
소파
테이블
게다가 커피!
한두모금 맛있네 하곤 내려놓던 원두커피를,그것도 카푸치노까지를 마시며
감동했다
맘놓고 빨래하고 다리고 응접실을 내집인냥 즐겼다

다즐링은 티벳어로 도쯔를링,벼락이란 말이다
산동네 벼락의 첫인상은 사오십년전 우리 모습이었는데
더높은 산간지방에서 지내다오니
만족스런 문명의 도시다
문자는 물론 사진 음성 다 주고받을 수 있다
우습게 여겼던 빅바자도
거들떠도 안보던 현지식들도 하나하나 감사하다
처음엔 어째 저런~! 눈도 안주던 것들이었는데
오호 괜찮네 찾곤 한다
이렇게 높은 곳을 찾아와
이리 낮아질 줄을!

물가가 아주 싸다
단 그 물가에 걸맞게
눈높이를 현지에 맞춰야 한다

무심하면 편하다
칸첸중가를 바라다보는 집이 이삼만불에 나와있다
여기서 살 만한가?
아무데나 넘쳐나는 쓰레기
도랑으로 흐르는 하수도 냄새
한 대만 지나가도 오래남는 매연
경쟁하듯 종일 울려대는 큰 클래션 소리
설탕물범벅 튀김을
땟국 절은 돈 만지고
그 손으로 집어주는 거 예사로워야한다

몇 곳의 호텔 맛보기 후
전망에 반해 티벳계 주인이 운영하는 호텔에 묵고 있다
다즐링의 명동거리가 아래로 뵈고 칸첸중가는 정면으로 뵈는 제일 높은 방이다
아침에 눈 뜨면 창밖으로 하얗게 반사하는 설산이 반긴다
온갖 동네를 가는 차들이 근방에서 출발한다
맛집도 다 근처다
아침이면
풍경이 넓게 파노라마로 펼쳐지는 아래층 소파에 앉아
밀가루 반죽을 튀긴 푸리와 콩스프,소금간을 한 티벳식 버터밀크티 주문에 따르는 오믈렛
작은 바나나등으로 포만감을 느낄 만큼 먹는다
독일, 영국, 콜카타 등지에서 온 방문객들과 정보를 나눈다
티벳 명절이라 주인장은 스님들을 단체로 초대해 한해의 안녕과 복을 비는 행사가 며칠째다
향과 초를 밝히고 북 꽹가리 피리 등의 연주도 곁들여져 거의 티벳 절에 있는 기분이다
투숙객들은 이국적인 분위기를 은근 즐긴다
아침만 주는 곳이나 스님 접대용 식사에 낀다
티벳의 버터나 치즈.
삭 ,고비, 알루,매일 나오는 내용외에도
치즈에 버무린 고추요리와 갖은 야채와 볶은 당면등은 색다르다
보통 때의 까다롭다는 입맛은 여행 중에는 완전 오픈된다
새로운 식문화를 가능한대로 다 받아들이는 편이다
마니반장에서의 구황식 삼양라면 하나 외엔 현지식이다
한식은 한국에서
중식은 중국에서
시한부 여행인데 인도 현지식 먹기도 바쁘다

다즐링중심은 좁은 산자락을 따라 높이별로 집들이 빽빽하다
찻길은 폭이 좁고 그길을 오가는 합승택시들 행렬로 정신이 없다
길들은 골목골목 연결되어 있는데 급경사 계단길 이거나 확확 꺽이는 지그재그 골목들이다
이런 지형이라 지도 보기가 난감하다
발품으로 길을 익히다보니 어느 골목 어느 길이 편안하게 다닐 수 있는지 감이 잡혀간다
어쩌면 지도도 그릴 수 있을 듯하다

매일 산책길을 바꾼다
이천미터 높이의
평지로만 걷다가 몇십미터 아래 길로 걷다가, 내려다뵈는 까마득한 동네로 가는 계단에 서면
또 다른 풍경들을 만난다
늘쩡늘쩡 건너다 뵈는 산과 올려다뵈는 경치와
자주 바뀌는 하늘,작고도 예쁜 새,곳곳에 핀 꽃들,
죽은 이를 기리기 위해 전망좋은 자리마다 세워진 벤치 ,그 위에 앉아 차 한잔..
어느 자리냐에 따라 풍경은 날씨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 재미로
한달이다
그런 지형 덕에 늘 새로운 곳을 걷게 된다
오전 중 말짱 갠 하늘에 외투도 없이 가비얍게 너댓겹만 입고 길을 나섰다
뒷길로 가보자
칸첸중가를 바라보는 길로만 다녔는데 다른 방향으로!
사방이 산인 동네
일등에 밀려 눈도 못받은 이삼등 길

한적하고 편안하고 아래로 내려다뵈는 동네도 그림같고 건너편 산자락도 아름답고
아람드리 침엽수림
쓰레기들은 안타깝다

곳곳에 빨간 꽃들
로더덴던이다
로로랜덤으로 주문을 외웠던..
네팔의 국화다
잎사귀들이 모여있듯 꽃송이도 여러개가 모여 수북하게 만개하여
운무가 날리는 계곡 곳곳에 무늬를 준다
보고
가끔 마주치는 이들한테 눈인사도 해가며 걷는다

풀바리 거쳐 알루바리 그다음에 굼으로 가서
장난감 기차로 알려진 매연증기기관차로 돌아오면 되리라

한참을 걸었는데 하늘이 어두컴컴 바람과 안개가 심상찮다
돌아갈 길도 나아갈 길도 만만찮은 위치
너무 가볍게 입은 옷과 무거워 빼놓은 우산과 피할 곳 없는 산길
마침 오토바이가 온다
손 흔들어 뒤쪽에 오른다
헬멧을 준다
베트남 작가들 꽁무니에 매달려 다닌 시절이 겹쳐진다
여긴 천상이지
이천미터 산상
비속에 보이는 경치가 또다르다
알아듣지 못할 이름의 젊은 친구는 그와중에 질문이 많다
누구나 묻는 질문
언제나 같은 답.
코리아
사우스
노 김정은

가방 안 호텔 비누로 답례하고
비온 흔적도 없는 출발점 차우로스터길에서 내린다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2020. 03.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