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인도 8

다시 다즐링

그 좋아하던 치트리부터 도망치듯 달려왔다
이삼일 계속되는 짙은 안개 비바람 아주 잠깐 말짱갠 하늘 그리곤 소리치며 내리는 우박
게다가 눈보라까지

일기가 안좋으면 산책하려 머무는 동네에 있을 이유가 없다
함석지붕은 비나 우박이 오면 실제보다 몇배 요란하다
꼼짝없이 방안에 있어야 할 일기의 연속
난방이 없는 실내란 썰렁하기 이를 데가 없다
체조도 해보고 스쿼트자세도 해보고..
찜질방석 바닥에 깔았다 껴안고 있다 갖은 노력에도 손발이 시렵다

비가 거세지면 여지없이 전기가 나간다
저녁초대가 겹친 저녁 비가 세찬 기세로 쏟아져
그냥 있겠노라
그날 연결시킨
알자지라 뉴스를 보자!
감격스럽게 세상소식과 만나는데 전기가 나갔다

빈 집이다
친척집 간다고 아무도 없는 산중 숙소
누가 두드려도 아는 척 말라며
문 잠가놓은 식당 빗소리가 요란하다

불 꺼진 식당이자 응접실
혼자 겪는 시간이 그야말로 귀곡산장이다
할 수 없다 방으로 가자
우산은 잡기도 힘들다 바람은 거세고 ,빗소리는 요란한 밤
내 그림자에 놀라가며 잘못다루는 자물쇠와 씨름하다
드디어 두 번 꺽어지면 있는 방에 들어선다
으스스 한기가 끼친다
안되겠다 떠날 때로구나
짐을 꾸린다
다음 날
눈이 내린다 금방 녹는 듯하더니 쌓이기 시작한다
와이퍼도 없는 몇세대전
랜드로버가 대기중
최고의 운전기사라고 한다
맨손으로 대강 자기 시야만 확보할 만큼만 유리창을 닦는 기사
다섯번 만에 시동이 걸렸다
외국인 대접삼아 좋은 자리 조수석에 앉았는데
눈 덮인 조수석 창이 불안하기만 하다
뒷 칸에 앉은 이들은 망가진 우산으로 들이치는 눈을 막으며 얘기를 쏟아낸다
꼬리아 소리가 몇번들린다
어렵사리
산길을 내려와 다시 합승지프차로 갈아탄다
익숙해진 길
마니반장,수키아포카리, 굼, 달리를 거쳐
문명의 세계 다즐링에 닿았다
가슴이 설렌다

2020. 03.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