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인도 7

매의 둥지에서 좀더 있고자 한 건, 걸음걸음 놀랍도록 편안했던 풀밭,
그 땅과도 같이 좋은 주인장 푼촉
그리고 그릇그릇 담아내는 맛있는 식사 덕이다

느릿느릿 푹신푹신 풀밭을 걸으면서
잘왔네
어디를 걸으면 이런 기분일까 뿌듯해한다

주인장 푼쪽(쏙?촉?-평화를 뜻하는 티벳어)은 이름대로
평화스럽다
늘 미소띈 얼굴로
겸손하고 부드럽고 친절하다

음식
우선 물이 흔하고도 좋다
마시는 건 물론 씻으면 매끈한 기분이다
모두들 반찬을 걱정하나
건강식이다
탄수화물에 주종이나 식성을 알아채고 맞춰준다
달이란 콩스프는 언제나 리필 , 버섯조림과 해바라기 기름에 볶은 맵싸한 갓, 감자조림,가끔씩 오이 토마토 양파 샐러드, 이젠 적응이 된 큐민 들어간 피클, 닭이나
쇠고기 조림, 수육이 나오는 식사는 황송하다
주는 대로 그릇을 비우게 된다
또한 가격은 얼마나 얌전한가

산닥푸르에서조차
눈앞에 펼쳐지는 장엄한 설산을 놓고도 치트리에서 걷고싶은 바램이 앞섰다

전망은 건너편에 겹겹 산봉우리가 보이고 주변은 풀밭인 정도
풀반 소똥반 가끔씩 아무데나 버린 휴지들 천지인데도 땅의 기운일까 걷는게 휴식인 곳.
처음에 언덕이나 가파른 길에서 소똥을 봤을 땐 .그래 쌀 만하지 여기 오르느라 얼마나 힘들었겠니 싶더니
이젠 전망 좋은 장소 잘잡아 일봤구나로 바뀌었다
그리 헉헉대던 길이 경치 감상하는 데로 변해가듯.

푼쪽 아들 지미가 설 쇠러 우박을 뚫고 랜드로버를 타고 돌아왔다
명문 노스포인트 스쿨학생이다
영어로 가르치는 귀족학교
열다섯살
머리 뒤쪽이 반백이다
처음 와서 방 정할 때는 제법 능숙한 영어하는 일꾼 인가 했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엄마는 두바이에서 일하고 아빠는
밥 잘하고 깔끔한 이모 수니타와 매의 둥지를 꾸려간다
매의 둥지보다는 그의 이름으로 더 알려져있다

흰머리를 가리려 늘 모자를 쓴다
총명해뵈는 지미
옛날 중국에 흰 눈썹을 가진 이가 하도 뛰어나 요새도 뛰어난 사람을 백미라고 불러.
너의 흰머리도 앞으로 뛰어난 사람의 상징일 될 수 있어
신경쓰지마
네가 잘하면
약점이 장점이 되는 거지

좋아하는 걸 해
너를 사랑하고 너에게 잘해줘
세상은 아주 넓어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친구를 가까이해
다즐링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차 산지야
그쪽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좋아
이 산 같이
높은데서 세상을 보고
꿈을 크게 가져

여행가이드가 되고싶다는 지미
여기선 그게 좀 나은 직업일 것이나 그의 앞길은 얼마나 창창한가
자기 사는 동네의 시야에서 벗어나되 고향의 장점을 발판 삼는 거 또한 권할 만하지 않겠는가
쓰다듬듯 얘기한다
귀 기울여 듣는다
그가 잘 될 걸 믿는다

비,우박,순간적 햇빛.. 그러나 거의 줄창 닿자마자 녹는 우박세례의 하루다
잠시 햇살에 속아
길게 나갔다 쫄딱 젖어 들어왔다
보온방석은 바쁘다 낮에는 작은 빨래 건조기 밤에는 찜질기 아침엔 수건 건조로 쉴 틈이 없다

윗동네 사는 형네 마실가자고 한다
옷이 다 젖었어
수니타 패딩을 빌려입는다
삼일간
쇠는 명절이다
형네 집은 한참 위쪽이다
멀다기 보다는 오르막이라 쉬엄쉬엄 간다
120년되었다는 진흙집이다
전기가 나가 어두운 실내
호롱불을 켜놓은 아궁이
매케하다
그 위론 쇠고기 육포와 소세지가 그을음 속에 매달려 있다

한쪽 장작불에 음식을, 다른 한 아궁이엔 물을 데운다
쌀을 삭힌 감주를 우선 낸다
어둑한 중 한 그릇을 받는다
전주비빔밥에 딸려나오는 모주에 우유섞은 맛이다
장작불에 기대는 어둑한 실내
오래된 검은 기둥에 설 장식- 흰밀가루로 점 찍은 놓은 게 몬드리안 작품같다
소세지는 쇠고기 선지로 만든 순대다
취향은 아니지만
어쩌랴 산골 손님 대접인데
그릇을 비운다
정말 맛있었던 건 염소유다
단번에 마시고
미토 미토 메레이 미토
너무 너무 맛있어요
살짝 며느리에게 `단야밧`
`고마워요`
사례를 곁드린다

종일 내린 비와 우박이 그친 뒤라 건너다뵈는 산등성이와 골짜기 곳곳의
불빛이 아름답다
제일 환한 곳 다즐링 .그 옆 굼, 그 뒷산 커셩 그다음 미릭 저아래 실리부리..가장 오른쪽 네팔
위치가 대강 잡히는게 신기하다
하늘에 별 대신
산중의 불빛들이 첩첩 수놓은 듯 펼쳐진 길
공기는 차가운데 시원하다
둥지의 불빛이 보인다

2020. 0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