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이태리

이태리 여행을 계속 하겠습니다.

루카에서, 꼬부라진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호텔에 들었지요.

고성을 앞에 두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 덕에 간 곳인데

말도 떨리고 손도 떨리는 이 할아버지는, 잡은 손을 놓을 줄 모르는 채로

끝날 줄 모르는-길고 긴 환영사를 합니다.

한국인이 처음이라는 호텔입니다.

이상도 하지, 얼마나 이태리에 한국사람들이 많은데..

노래하겠다고 간 유학생 수만도 몇 만이라고 해서 기절할 뻔 했거든요.

온통 노래만 하나??

효율 없이 따라하는 고비용 유학이 너무 유행이긴 하죠.

각설하고…

이태리의 어느 호텔이든 화장실 시설은 만족스럽습니다.

추위가 시작될 무렵이라 그랬는지,스텐레스든 아니면 흰색을 입힌

수건걸이 형태의 모던한 라지에터는 눈이 끌립니다.

따뜻한 열판을 걸이 형태로 벽에 붙여 젖은 수건을 말리기에도

빨래를 널기에도 아주 효율적아고 단정해 뵈거든요.

루카를 아침에 돌아 보자.

같은 동네라도 시간에 따라 아주 다른 모습을 하게 마련이지요.

전날 밤에 느낀 루카와 아침에 보는 루카의 차이.

사뭇 다르더군요. 차로 돌아보며 내일 꼭 걸어 다녀야지 했거든요. 루카에는 가로등도 예술이지요.

보케리니에 비해 당대에 예술적 성취가 눈 부셨던 푸치니를 후세에선, 기념관이며 음악회, 엽서, 식당, 카페의 이름으로 장사를 하고 있는곳.

여행지에의 우리들이 갖기 쉬운 착각

어느 곳에 대한 기억이란, 찾아 갔던 그 계절 그 어느 시간 때에 고정 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어느 동네가- 찾아간 그 때 그 모습으로 기억 되는 건 당연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인 모습과는 참 다를 수도 있는- 순간의 모습일 수 있는데,우리 머리엔 가 봤던 그 때에 맞추어져 있을 뿐인 ‘시점 고정’이 되니까요.

고대 도시는 조용하기만 했습니다.

일찍 다니는 제게 문 닫힌 상점과-편한 나라기도 하지. 월요일은 오후 3시부터 연다는군요.

-간간이 사진기를 매고 다니는 서양인 관광객들만 다니는 보여 주는 조용한 동네였지요.

성벽을 따라 난 산책길에는 늦가을 같은 햇살 속에서 나뭇잎들이 눈 부셨습니다.

제 고정 시점이 되겠지요.

루카, 기억하리라.

호텔에서 지도 몇 장을 얻어 다음 행선지로 향합니다.

아침 식사할 때 옆 테이블에 앉은 부부에게 묻습니다.

이 근처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로 가고 싶은데요.어디가 좋을까요?

제가 살펴 보던 지도에 나온 사진 몇 곳이 어드메죠? 물었습니다.

식사를 하다 말고 방에 가서 지도를 들고 오더니

영어가 서툴다며 두터운 미쉐랭 지도를 펼쳐가며 두 갈래 길을 알려 줍니다.

둘 다 매우 아름다운데 길이 꼬불꼬불하니까 운전을 조심하라는군요.

하나는 모데나 방향, 하나는 피에몽트 방향입니다.

모데나는 포도 식초인 발사미코의 산지로 유명하지요.

질 좋은 올리브유와 빵에 발라 먹으면 ~!!

피에몬트라면 제가 즐기는 강하고 뒷맛이 좋은 레드와인의 산지니

어디든 괜찮겠네 생각합니다.

가다가 갈라지니까 일단 출발 ,사진에 나오는 아름다운 길로 가는 길을 정합니다.

설산을 배경으로 눈에 덮인 돌집 사진이 아름다워 그 쪽 길로 정하면서 은근히 걱정 합니다.

혹시 사진처럼 눈이 오지 않았을까?

괜찮을 거라던 친절했던 부부 말을 떠올립니다.

눈에 대한 장비는 전혀 없었으니 말이죠.

일차선 도로인데 참으로 큰 화물차가 많이 다니는 길입니다.

그런데 화물차가 처짐 없이 기세 좋게 다니는게 신기했습니다.

우리 같으면 언덕길에서 빌빌거리고 매연 많고..그 뒤에 붙어 가려면 고역인데

역시 선진국이네.

지도를 보며 다니는 길. 제가 정한 길로는 점점 차들 운행이 적어집니다.

점점 해발이 높아지면서 여러 산들이 첩첩 포개져 자태를 뽐내고 있더군요.

수시로 차를 세워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이런 꼭대기에도 사람이 사네..

어쩜 하늘 빛이 저런 빛일까!

이번에 저런 색깔!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만족스런 새로운 인상에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능선이 부드럽던 남쪽에비해 좀더 남성적인 산들이 계속 펼쳐집니다.

배가 고픈 듯도..

가장 꼭대기 쯤에 “파노라믹 알프레도 레스토랑” 간판이 보입니다.

고맙기도 하지. 더군다나 영어로..

그러나 문이 닫혀 있습니다. 그 집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던 사람이 두 팔로 x자를 해 보입니다.

여름에는 사람 많은데 요새는 손님 없는 때라 문을 닫는다는군요.

갑자기 밀려 드는 허기.

피렌체 베키오 다리 옆에 있던 식당에서 맛있었으나 다 먹지 못하고

남겨 놓고 온 피자도 떠오르고,호텔에서 아침에 건성으로 먹어

거의 남긴 여러 종류의 빵도 그립고…

이럴 줄 알았으면 들고 올 걸.

갈 길은 먼데, 쉴 곳은 없고 도로는 내리막 없이 계속 산 꼭대기로만 길이 나 있으니…

이정표도 안 보이고 간간 보이는 집들은 불빛이라곤 하나도 없이 썰렁하게 문 닫혀 있고.

으아~큰일 났다!

설상가상 길가 양 옆으로 눈이 쌓여 있는 길이 나옵니다.

도무지 이 길은 끝도 없이 산 위로만 나 있고 내려 갈 줄을 모르니 어찌한담!

얼마나 멋진 드라이브 코스란 말인가. 산 위에서의 산책이라니.했던 마음은 옅어만 가고,

아까 그렇게 마음을 사로잡았던 멋있던 하늘은 깜깜하기만 합니다.

아, 드디어 이정표를 만납니다.

바깥 풍경도 제 마음도 칠흑이었는데…

‘모데나 ‘

길도 드디어는 내리막입니다. 아후우, 살았다.

들고 온 안내서에 모데나를 찾습니다.

호텔 안내. 두 곳이 나왔더군요.

모데나에 들어서자 금방 중국식당이 보입니다.

우선 끼니를..한국식당보다 반갑더군요.

니하오!

간단한 중국어 덕에-음식을 시키는 장면에서, 그들은 저를 중국인으로 반깁니다.

몇 가지 음식을 시킨 후 호텔을 물어 봅니다.

제가 들고 간 한국어 책을 보더니 어 한국사람인가봐 수군수군합니다.

맛있는 식사를 한 후 호텔로 갑니다. 두 곳 다 방이 없었습니다.

소개해 준 다른 곳을 갑니다.

흡사 집시들 숙소 같기도 하고 손님이며 리셉션에 앉은 사람의 불결함이

도무지 기억하기도 싫은 곳이어서 도망치듯 빠져 나옵니다.

차에서 자면 잤지 어찌 저런 곳에서..

친구들이 마늘도 못까서 흑산도 안데려 간다는 전데요.

모데나에서 마늘 까게 될까 봐 겁 먹은 건 사실입니다.

모데나하면 저는 맛있는 발사미코가 떠올라 인심 좋은 시골 동네를 떠올렸습니다만

지금은 슬럼가 같은 인상만이 남아 있습니다.

역시 고정 시점일테지만요.

배도 고팠고, 지쳤고, 방은 없고 거기다 불결한 숙소까지..

여길 빠져 나가자.

고속도로를 탑니다. 볼로냐로 갈까? 밀라노로 갈까?

북으로 가자. 밀라노로 향합니다.

거의 12시가 되어 닿은 밀라노.

모데나의 더럽고 어두운 호텔의 인상을 씻기위해 ,

예산은 잠시 접기로 하고 별이 많은 호텔에 숙소를 정합니다.

덜 먹고 잘 자자.

피렌체나 밀라노 로마 등 유명한 지역 얘기는 빼지요.

다들 가 보셨을테고 또 많은 이들이 다니는 범주에서 크게 벗어 나지 못하니까요.

밀라노에서 30분쯤 북쪽으로 가면 코모라는 유명한 호수가 있습니다.

여행사를 따라 가면 여기에서 유람선을 타고 연주를 듣거나,

호수를 한 바퀴 도는 여행을 보통 하게 됩니다.

전에 그렇게 한 번 그곳을 본 저에겐, 코모는 딸들에게 보낼 선물 사서

소포 부치느라 시간을 보낸 곳이지요.

겪은 호수 보다는 안 겪은 호수 가르다를 향해 가려고 하니까요.

가르다는 다음으로 미루지요.

현재 저는 서울로 돌아와 있습니다.

이태리 여행과 미얀마를 돌아 길게 다녔더니 화랑 문 닫은 걸로 아시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지금은 미얀마에서 가져온 작품들 보여 드릴 준비를 하고 있지요.

연말 특집탄!이 될 예정입니다.

기대 하시길.

2004.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