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옛날로의 逍遙遊, the second lake

인레 호수의 빛깔을 얘기하라면 투명한 푸른 색입니다.

둥글게 펼쳐진,먼저 개방된 호수의 남쪽.

길게 이어지는 물길을 따라갑니다.

불어오는 바람이 속으로 파고들어, 아침녁에는 부들부들 떨면서 갔으나

청정한 경치를 바라보며 가슴을 펼치고- 주문을 외우듯 힘을 불어 넣습니다.

어디서 이런 맛을 볼 것인가.

여기서 떨 일이 있나!

너울거리는 물살 안에는 파랗게 빛나는 하늘이 가득하고,

군데군데 흰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릅니다.

호수가 깊질 않아 맑은 물 아래로 수초들이 잡힐 듯 늘어서 있습니다.

부레옥잠, 부평초, 연 외에도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군이

곳곳에 자태를 드러냅니다..

배 가까이에는 수초가, 조금 떨어져서는 연록의 풀밭,아님 노란 유채꽃밭

그 뒤로는 대숲이거나 키 큰 나무들,

멀리로는 산이 받쳐주는 안정된 구도의 호수…

혼자 즐기기엔 아까운 도원경입니다.

이런 햇볕 아래 추위를 느끼면 안되지.

아랫배에 힘을 주고, 자꾸 움추러드는 어깨를 폅니다.

거짓말처럼 떨림이 사라지고 안온한 기분이 됩니다.

아무도 없는 동네를, 앞뒤의 뱃사공을 보디 가드 삼고 가는 호사스런 여행.

개방이 허락된 마지막 남쪽 마을.

아직 안내 책자에도 소개 되지 않아

오로지 여행사 벽에 그려진 지도로만 확인할 수 있는 곳

내리자마자 나무 움막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이들의 장터지요.

장사꾼이 없는 장터를 지나 마을 어귀에 들어섭니다.

입구에 있는 우물. 한 바퀴 돌아 우물 안을 들여다 봅니다.

꼭 깨끗하달 수는 없는 물빛입니다.

그렇지만 깊은 우물을 들여다 보노라니 아득했던 어린 시절이 보이는 듯도 합니다.

그 우물 곁으로

두 마리 소가 끄는 수레가 지나갑니다.

뒤에는 땔 나무라기엔 좀 연약해 뵈는 나뭇가지들이 잔뜩 실려 있습니다.

또 다른 수레가 지나갑니다.

여긴 다 소들이 짐꾼 노릇을 하나 봅니다.

햇빛에 그을은 주민이 뒷자리에 앉아 모는 수레였지요.

눈으로 타도 되느냐고 묻습니다.

눈 보다는, 주름 진 얼굴에 활짝 웃음으로 타도 된다고 답합니다.

따라오던 뱃사공 중 한 명이 따라탑니다.

사진을 찍고 보여 주니 아주 신기해 합니다.

먼 눈으로도 눈에 띄는 고목 아래, 그 나무 만큼 나이 들어 보이는사원이 있습니다.

아쉽지만 수레에서 내립니다.

“지에수 템바레”(감사합니다) .

그는 역시 온 얼굴을 주름지게 만드는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듭니다.

수레는 멀어져 갑니다.

호수를 관광하는 요금 안에 입장료가 다 들어 있습니다.

미얀마의 사원에서는 누구나 맨발입니다.

버려진 듯한 파고다.

하도 수가 많아, 이름 기억하기에도 지치는 쇠락한 사원.

돌도 아닌 벽돌로 쌓아 횟가루를 반죽해 바른 외형은

쉽게 망가질 뿐더러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 안에 금방 세월의 무게를 갖게 됩니다.

마치 관리를 못해 노화가 빨리 온 피부 같이 말입니다.

나이를 따지고 보면 그리 늙지도 않았는데 엄청 노인 대접 받는셈이죠.

조로한데다- 손길조차 미치질 않으니 쉽게 몇 백년을 되잡아 주게 됩니다.

실상은 일이백년일텐데요.

양말은 아주 거추장스럽지요.

신발을 벗고 신을 때마다 발때 묻을까 걱정이 되나

노상 벗은 발로 다니는 이들 앞에서 닦고 터는 티는 없애기로 합니다.

신고 벗는 사이 신발 안창은 회색입니다.

이런 데선 때색(?) 신발이 제격인데…

한 가지 더 배웁니다.

요염하달 만큼 빨간 입술을 가진 불상을 돌아

그곳 스님이 주는 차 한 잔을 마십니다.

이 동네 물을 믿어도 될까..하는 의구심이 늘상 자리잡고 있으나

고맙게 마시기로 합니다.

손으로 배가 갈 방향을 알려 주는 인간 조타수-그의 이름은 마웅쉐입니다.

뒷전에서 배를 모는 쎄윈과는 짝이 잘 맞습니다.

그들은 예상외로 짧은 영어가 되는 젊은이들입니다.

아까 제스추어로만 보여 줬던 대화가 갑자기 부끄러워집니다.

전망이 좋아 뵈는 사원의 높은 마루로 갑니다.

자던 개 두 마리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걸터 앉아

따스한 햇살 아래 도시락을 나눠 먹습니다.

주문과는 달리, 도시락은 1인분 밖에 포장되지 않았고,물병으로 한 통 가득한 쥬스,

아침에 먹지않고 싸온 샌드위치가 다입니다.

똑같이 나눠 먹는데서 감동한 듯합니다.

식사 후 얼마나 친절한 가이드 노릇을 했는 지를 보면요.

마웅쉐와 함께 민가들을 찾아 다닙니다.

스님들이 매는 밭과 별로 손대지 않은 마당으로 몇 마리 개가 누워 있습니다.

이 동네에서 제일 여유로워 보이는 건 개들입니다.

어디를 가나 볼 수 있고 누구보다도 팔자 좋게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다닙니다.

2인분도 채 안되는 양을 셋이 나눠 먹으니 훨씬 정답습니다.

마웅쉐나 쎄윈은 이제 멋적고 수줍은 티를 많이 벗고

동네 구경에 앞장을 서 줍니다.

오히려 영어하는 가이드 달고 다니면서 신경 쓰느니보다

잘한 일이라고 만족스럽게 그들 뒤를 따릅니다.

옥수수를 탈곡하는 농가를 기웃거립니다.

수건을 머리에 두른 아낙들은 ,하얗게 가루가 날리는 탈곡한 옥수수 낟알을 고르다 말고

제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꾸밈없는 미소들을 짓습니다.

얼굴 구겨지는 거 생각 않고 웃는 그들을 바라 보니 마음이 편해 집니다.

수확을 거두고 탈곡을 감독하는 노인이 다가와

마웅쉐와 얘기를 나눕니다.

어디서 온 객인지 묻는 듯 싶더군요.

마치 어린 시절의 제 할아버지 같습니다.

앞니가 빠진 할머니가 손녀를 안고 쳐다봅니다.

내가 저 때쯤 아니었을까?

노인 옆에 선 애 쯤 된 기분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머리에 헝겊을 모자 삼아 두른 할아버지는 자신의 모습을 신기해 합니다.

할머니와 손녀도 찍습니다.

주름지고 이가 부실한 모습으로 나온 사진을 보고 할머니는 소스라칩니다.

자신이 알던 모습과 동떨어진 모습일테지요.

늘상 거울 보고 꾸미고 지내는 우리도

사진으로 접하는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하는데

이 꾸밈없이 늙어간 할머니한테는 큰 충격이리라.

괜히 내민 사진이, 아니 문명이-

경망스러움으로 여겨져 반성하는 마음이 됩니다.

사탕수수 잎으로 지붕을 엮는 아낙,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만 나무를 옮기고 켜는 제재소,

조악한 형태의 질그릇을 굽는 가마

물가에 서서 머리 감던 아낙…곳곳을 기웃거리며 예전으로 돌아가 봅니다.

오히려 저를 구경거리 삼는 그들은 꾸밈이 없습니다.

이제는 먼 기억이 되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노인들을 떠올립니다.

우리네 할아버지,할머니들의 생활 방식,

삶의 모습과 흔적이 고스란히 이들에게 있다는 느낌은 이 여행을 귀하게 만듭니다.

돌아가 버린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난 듯한 감정에 쌓여

시간을 붙들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느릿느릿 걸어 다닙니다.

맨발이 편한 이들에 비해, 양말에 갇힌 구두로 다니는 우리들이 불편하게 사는 듯합니다.

들고 온 ,호텔에 비치된 간편한 슬리퍼로 갈아 신습니다.

엄지와 검지 발가락 사이에 끼고 걷는 큼직한 고무 슬리퍼 .

그런데 제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더군요.

이들에겐 누구라도 발의 일부인 듯 착착 걸어다니는데 말입니다.

문명은, 자연과 동화 되기보다는 퇴화 시키는 게 아닐까요?

첫 번째 호수에선 예술적인 걸 좋아 한다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인뎅을 꼽습니다.

반 나절이상 다니면서 제 취향을 알아 챈 쎄윈은, 가는 길에 인뎅을 가자니 OK사인을 줍니다.

오면서 봤던 풍경을 되돌아 가면 보는 맛이 또 다릅니다.

앙코르왓 분위기의 불탑들이 늘어선 사원이 보입니다.

말안해도 그곳에 정박합니다.

말 없이 기운으로 취향을 아는 탁월한 가이드들입니다.

그곳 역시 작은 적선을 바라는 남루한 승이 차를 따라줍니다.

불탑들은 하나도 온전한 게 없이 무너져 내려 앉았습니다.

인생무상과 무심한 세월을 몸으로 느끼라는 곳인가..?

반갑게 서양인 둘이 사원에 들어옵니다.

말투로 봐서 이태릴까 했는데 포르투갈 에서 왔다고 합니다.

포르투갈하면 친하게 지낸 mr.마차두가 떠오릅니다.

마차두는 내성적이고 문화적인, 단신 부임한 대사였지요.

거북이 수집광이라 관저가 온통 거북이와 관련된 장식물로 꽉 차 있었습니다.

나무로 된, 돌로 만든, 금박을 한, 옷칠한 오만 가지의 거북이들.

그러고 보면 거북이와 닮은 듯도 한 그는

지금은 이집트 대사입니다.

그가 한국대사일 적에 포르투갈을 간다고 했더니

점심에 관저에 초대해, 도와 줄 게 뭔지를 물었습니다.

문화원장과 여자 영사 한 명과 함께요.

그는 제가 화랑을 하니-미술관이며 화랑 등 그림과 관계된 요청을 예상하고

갤러리 안내며 소장품 목록등을 준비시켰는데,

실상 저는 어디가 맛있는 식당인지,

어디 가면 포르투갈의 노래 ‘파두’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지가 궁금했을 뿐이었지요.

그때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추천한 식당이 있었지요.

‘파파소르다’라고하는..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을요.

리스본에서 왔다는 소리에,

“다시 리스본을 꼭 가야 하는 이유. 그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식당이 있어서”라고 하니

어디냐고 묻더군요.

갑자기 생각이 안나 ,대보라고 했더니 세 번째로 그 이름이 나오대요.

“That’s it! 파파소르다. ”

그랬더니 그 훤칠한 남자가 악수 하자더군요.

자기네 커플이 매주 금요일마다 가는 제일 좋아 하는 식당이라나요.

리스본에서 최고라길래,아니 . 세계에서 최고라고 등급 조정을 해줬지요.

자기가 처음에 얘기한 식당은 bica do sapato

‘비카네 구둣방’ 그런 이름이지요.

식당치고는 좀 괴이한..

파파소르다 주인이 강 가에 새로 낸, 경치 좋고 분위기 있는 식당인데

맛은 못미친다네요.

제가 혼자 여행 다니는 폼이 경치를 좋아할 것 같아

그 식당 이름부터 댔다고 부연 설명을 곁들이면서 말이죠.

하여간 같은 식당을 좋아 하는 바람에 금새 친구같이 되었지요.

노트에 필기를 하다가 얘기가 시작된 지라

제 노트에 주소며 웹사이트를 적어 줍니다.

건축가 부부와는 이렇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스본에 오기만 하면 매일 좋은 식당에 초대한다고 하니

계를 타서라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지요.

그림 때문에 왔다니까 어느 작가가 좋은 지를 묻습니다.

시간과 경비 들여 다리 품 팔고 여러 곳 기웃거리면서

겨우 감 잡아가는 제게 하는 질문치고는

괘씸하지요마는 비카네 구두방에 가야 하니 참기로.

누가 좋은 집 알려 달라고 하면 설계도 그냥 공짜로 주느냐며 되묻고는

두 작가를 추천합니다.

전화가 어려운 이곳에서 연락은 양곤으로 미룹니다.

어디서 묵을 예정이냐고 했더니 스트랜드에서 묵었고 다시 그곳에 간다는군요.

오, 스트랜드..라니!

건축가로서 그런 역사적인 숙소는 뜻깊다며 칭찬을 하더군요.

우린 스트랜드 동창으로서 다시 한 번 악수를 합니다.

마틴은 좋은 지배인이다. 음식은 어디가 어떻다..등등

하룻만에 진땀 나게 빠져 나온 얘기는 빼고요..

자리를 털고 일어나 각자 갈 길로 갑니다.

중간에 장이 서는 마을이 있었지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고 길게 늘어선 나무 움막이 상점들입니다.

제게는 기억이 아련하고,부모님 세대가 오면

고단했던 젊은 시절의 향수를 느낄 만한 곳입니다.

거의 철시했고 몇몇 상점은 짐을 꾸리고있고, 먹는 장사들은 성업 중인 장 .

콩가룰 반죽해 만든 뻥튀기가 흔한 간식인가 봅니다.

많은 이들이 먹고 있고, 들고 있어 장난 삼아 100원어치를 삽니다.

댓살에 끼워주는 방석만한 뻥튀기가 스무 남짓 되더군요.

사고 싶은 건 하나 없지만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양철로 만든 여행 가방, 유리 병, 양은 냄비등

미처 정리하지 않은 물건들을 돌아 봅니다.

저도 그렇지만 이들도 제가 구경거리입니다.

시장 안쪽에서는 배구 시합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볼만 한 게임은 아니건만 수백의 사람이 운집한 동네 마당입니다.

그 옆에 있는 큼직한 포장마차에 앉습니다.

한 달은 썼음직한 시커먼 기름에 튀긴 먹거리들을 종류 별로 시키고

맥주를 시킵니다.

만두 하나를 먹어봅니다.

간이 잘 맞는 만두지만 기름이 영 꺼림직해 더이상 손을 대지 못합니다.

컵도 입을 대기가 쉽지 않더군요.

현지 적응력이 아주 높은 편임에도 불구하고요.

이젠ㅡ인뎅으로

서둘지 않으면 다시 저물 녁입니다.

인뎅에 닿으면 어둑하겠네.

2호수에서 넓은 인레 호수로 와서 인뎅으로 방향을 틉니다.

배 두대가 지나면 물세례를 받을 만큼 수로가 좁아집니다.

양옆으로는 갈대밭, 이름을 알고 싶은 수려한 고목..

풀과 나무들이, 석양을 받아 하늘 색에서 분홍으로 저무는 하늘 아래

인상적입니다.

사진기는 직접 눈으로 깊이 쏘아 들어오는 저녁 햇살에 기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이젠 많이 익숙해져,

지나는 현지인들의 배를 볼 때마다 열심히 손을 흔들어 줍니다.

인뎅에 닿습니다.

2005. 0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