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화랑 이야기 – 문화의 동류

대만은 고궁박물원 故宮博物院 덕에 그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럴 만큼 대단하고 방대한 중국의 보물 창고입니다.

장카이스 장군이 대륙에서 올 때 제일 역점을 둔 일이

귀중한 문화재 반출이었다는 건

세간에 많이 알려진 얘기지요.

전투 상황에 따라 수백만점이 남경으로 갔다 상해로 갔다 중경으로 갔다

다시 상해에서 대북으로 옮겨진 전설적인 반출사…

장개석이란 인물은 문화재를 귀하게 여긴 사실 하나만으로도 존경 스럽습니다.

타이페이 고궁박물원의 외관은, 덩치가 대단한 자금성에 비하면 별거 아닐 수 있지요.

자금성의 위세에 비해 가장자리에 밀려 길게 자리한 북경 고궁박물관은

크게 눈을 끄는 물건 없이 조용히 진열해 놓고 있더니

지금은 공사중입니다.

소프트 웨어가 충실하면 하드웨어는 별 문제가 아닐 듯 싶던 대북도

요즘 공사가 한창입니다.

소장품에 있어서는 북경이 도저히 대북을 따라 갈 수가 없지요.

타이페이 고궁 박물원은 몇 개의 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곳에서 각각의 제목을 내세운 기획전이 열리곤 합니다.

대만 출생의 일본 귀화인이 기증한 아시아의 불상전, 황제의 인장전, 명대의 회화전,

중국 전체 역사를 통해 가장 미적 감식안과 자질이 뛰어 났던 송 휘종의 글씨전,

하늘도 놀라지 않겠는가하는 말로 도자의 우수함을 내세운 도자기 명품전..등등

소장품이 너무 많다 보니,이렇듯 다양한 기획의 즐거움도 있을 것입니다.

“옥황상제라도 이렇게 정교할 것인가” 하며,

손으로 잘 빚은 도자기의 우수함에 긍지를 보인 타이틀로

전시를 하는 도자관에 가면

책으로 보던 바로 그 명품들이 줄을 지어 있습니다.

한, 당, 송, 명,청 순으로 말이죠.

좋은 그릇들에는 그윽함이 머금어져 있습니다.

은은한 색과 자태를 바라보면 쉽게 발길이 떨어지질 않습니다.

도자기를 볼때 목선, 어깨선, 살집이며 허리선-윤곽선 등

인체를 보는 양 살펴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책에서 봤던 내용과 연결 시켜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송의 자기를 좋아합니다.

두드러지는 바 없이 고요한 빛,우아한 선, 그윽한 자태..

정요, 관요, 가요, 용천요…가마터마다의 특색이 드러납니다.

그릇 하나 마다 한참씩 잡아 당기는 매력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그릇의 선을 둘러 가다 잠시 머물러 봅니다.

제게 당나라는 시詩로, 송나라는 자기로, 원나라는 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맨 위의 동자상 베게와 연꽃잎 표현의 그릇은 송나라 때 자기입니다.

그때의 그릇들 앞에 서면 송나라는 먼 곳이 아닌 바로 얼마 전인 듯

– 시간의 숨결을 가깝게 여기게 됩니다.

여기에 고려 청자를 놓으면 금상첨화가 되려나요?

우리가 자랑 삼는 고려 청자는 송대 섬서성 부근 가마터-여주요와 월주요에 기원을 둡니다.

비색翡色청자의 발원지가 그곳입니다.

물총새 빛깔의 비색..

송 휘종 때 고려에 사신으로 왔던 서긍이란 사람이

고려를 방문하고 나서 쓴 고려도경이란 견문록에서

청자의 원조나라 외교관으로서 청자에 대해 한 마디를 남겼지요.

고려에서 청도기(靑陶器)를 소중히 여긴다.

도기의 빛깔이 푸른 것을 고려인은 비취색이라는데

그 만듦새는 솜씨가 좋고 빛깔이 더욱 좋아졌다.

산예출향(狻猊出香)이라 하여 사자모양으로 된 청자 향로를 보고는

“위에 쭈그리고 있는 짐승이 있고 아래에는 맞이하는 연꽃이 있어서 그것을 받치고 있다.
여러 기물들 가운데 오직 이 물건이 가장 정절(精絶)하고,
그 나머지는 월주(越州)의 고비색(古祕色)과
여주(汝州)의 신요기(新窯器)와 대체로 유사하다.”

서긍은 고려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으로 인해 많은 얘기를 해 줍니다.

여성의 복식이거나 화장술, 성곽의 모습 ,사는 모양이며 그들의 생활 수준을

이방인의 눈으로 40권에 걸쳐 써내려 갔거든요.

게다가 그는 문화 사랑으로 으뜸가는 휘종 황제가 보낸 눈썰미 좋은 학자였거든요.

그가 찾아온 고려는 거의 끝무렵, 예종을 거쳐 인종 때죠.

금과 요나라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절.. 힘이 약해진 북송에서 온 사신, 서긍

그런 그의 한 마디 ‘빛깔이 좋아졌다’가 세월이 가면서 세계 최고가 된 듯합니다.

세상을 다니다 보니 절로 문화의 흐름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문화의 흐름에 대한 관심은 ,우리의 우물 안 개구리 식 교육에 대한 답답함과 만납니다.

세계 최고라고 상찬한 우리 것이 과연 그런 것이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지요.

첫번 째라는 자리 매김에 앞서,

이러이러한 과정을 거쳐 이렇게 와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게

우리의 무엇이다.

이런 식의 교육이 올바른 눈을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요?

봤든 안봤든 누구나 자랑 삼는 고려 청자만 해도

어디 땅에서 불쑥 솟듯, 우리의 기발난 창작품이 아니라

중국에서 비롯된 도자기의 영향으로

-문화의 동류動流- 우리도 만들게 되었는데, 이런 뛰어난 면이 있다.

라고 교육 되어지길 바라는 거죠.

고려 청자를 보고 감명 받으셨나요?

다른 도자기와 비해 어떤 기분이더라 그런 비교할 거리라도 있으셨나요?

고려 청자를 깍아 내릴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자랑을 앞세우다 보면 실제 모습을 보기 힘들다는 얘기지요.

제목만 알고 내용은 없는, 늘어 놓기식의 우리 교육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한두마디 인사말에 어깨를 으쓱거리기 보다는

겸손하게 우리 것을 살펴 보고 더 좋은 것을 바라볼 줄 알았으면.. 하지요.

기회가 되시면 책으로나마 송나라때 여요, 길주요, 정요, 관요 등의 도자기를

한 번 보시기를 권합니다.

우리에게 고려 청자가 있듯,

중국에도 양으로나 질로나 뛰어난 도자들이 그득함을 단번에 느끼실테니까요.

*대만국부기념관에서 열린 부포석 탄신 100주년전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2005. 02. 11